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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보감

혈을 보양하고 원기를 돕는 양반 물고기, 문어

by 원룸에 놀러와 주인장 2022.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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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문어가 올라가져 있다.
자숙문어

문어
혈을 보양하고 원기를 돕는 양반 물고기

 

문어의 뛰어난 위장술

  연체동물 중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가졌기에 사냥과 위장에 능합니다. 문어가 '바다의 유인원'이라 불리는 것은 조개껍데기를 비롯해서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인데, 이는 몸을 숨기거나 위장을 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천적이 나타나면 조개껍데기로 몸을 가린 채 땅을 파거나 도구를 이용해 완벽하게 몸을 숨기고, 주변 환경을 이용하거나 신경조직을 통해 순식간에 피부색을 변화시키는 등의 변장술을 이용해 위장을 하기도 합니다. 바다뱀으로 변장하는 원더문어, 40여 가지의 생물을 흉내 내는 흉내문어는 지능을 탁월하게 활용하는 위장의 귀재라고 합니다.

 

몸속에 먹물이 들어 있기에 문어라고 불렀을까?

  낙지·주꾸미·오징어 꼴뚜기 등의 두족류는 모두 몸속에 먹물을 품고 있지만 문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문어가 문어라 불린 까닭은 먹물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규경 선생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조선에서는 문어를 사람의 머리와 닮았다고 해서 문어라고 부른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사람처럼 머리를 쓴다는 의미로 해석하지만, 사실은 민머리, 즉 대머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헐벗은 산을 민둥산,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민들민들하다고 하는데, 민은 머리가 벗어졌다는 말의 어두인 ''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믿어에서 문어가 되었다는 것인데, 사람 머리를 닮았고 사람처럼 똑똑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문어는 호사스러운 잔치 음식의 상징
  문어의 크기가 그 집 곳간의 풍성함을 알려주는 근거가 되었기에 잔칫날 큰 문어를 요리해서 손님상에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선비들이 문어를 좋아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문어의 두뇌가 뛰어난 데다, 조개껍데기나 바위틈에 잘 숨는 것이 은둔과 닮았고, 글씨를 쓸 때 먹이 없으면 문어의 먹물로 대신할 수 있으며, 문어의 강력한 빨판이 과거에 척 붙으라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문어의 몸통에는 8가닥의 긴 다리가 있어 팔초어(魚) 혹은 팔대어(八魚)라고도 합니다.

 

한의학에서 문어의 효능은?
  문어는 수심 100~1,000m의 깊은 바다에 살면서 주로 큰 조개·게·새우 등을 잡아먹습니다. 달고 짠맛에 독이 없고 차가운 성질로서 혈을 보양하고 원기를 돕는 효능이 있어 훌륭한 보익 강장약이 됩니다. 산후에 몸이 허약하거나 젖이 부족한 경우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옹저종독(瘡腫毒), 즉 응어리나 화농성 종양·오래된 총기궤양을 치료하고 새살을 돋게 하는 효능도 있습니다. 육체(肉滯), 즉 고기 먹고 체한 것을 다스린다고 했는데, 쇠고기를 먹고 소화 장애가 생긴 경우에 효과가 있어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소가 문어를 먹으면 장이 녹아서 죽는다고 하는 옛말이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문어의 다양한 효능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산후에 어혈로 인한 두통·현기증이 있을 때 좋고, 문어의 먹물은 여성의 월경불순과 치질에 도움이 됩니다. 민간에서는 두드러기가 났을 때나 동상에 걸렸을 때 문어를 삶은 물로 닦아내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문어의 알은 보양성태(補陽成), 즉 양기를 보해주고 임신하게 하는 약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문어도 정력 식품입니다. 아연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아연은 대표적인 섹스 미네랄로서 굴에도 많이 들어 있지요. 그리고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핵산 성분은 말초혈관 확장 작용이 강하여 남성을 장시간 강화시켜주고, 핵산 자체가 정액의 원료가 됩니다.

 

문어에 들어 있는 영양 성분
  100g당 단백질이 생문어에 16g, 말린 문어에 72g이나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단백질 덩어리라서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에게 좋습니다. 그리고 지방이 적어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기에 다이어트에도 좋은데, 생문어는 100g당 열량이 74kcal이지만 말린 문어는 348kcal나 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 트립토판·시스테인·히스티딘·아르기닌 등의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 있고, 칼륨·아연·인·비타민 A·B12E 등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 풍부한데, 독특한 맛을 내는 주성분입니다. 타우린은 말린 문어나 오징어의 표면에 붙어 있는 흰 가루로서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낮춰주고 간 기능을 개선시켜 피로 회복에 좋으므로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안동소주같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실 때는 알코올 흡수 지연을 위해 고단백 저지방 식품을 먹는 것이 좋기에 문어는 술안주로 적합합니다. 문어의 시력이 참 좋다고 하는데, 타우린이 망막의 기능을 증진시켜줍니다.
  그 밖에도 DHA와 EPA가 풍부하여 두뇌 발달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비타민 E와 니아신은 세포를 활성화시켜 노화를 예방해주며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병 예방에 좋습니다. 단맛과 감칠맛을 내는 글리신과 베타인(betaine)도 많이 함유돼 있으며 등 푸른 생선에 포함돼 있는 오메가3 지방산도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간의 해독 작용과 피로 해소에 좋고 얼굴에 생기가 돌게 합니다.


문어를 먹을 때 주의할 점은?
  문어를 먹어보면 살이 단단해서 씹는 맛은 좋지만 소화가 잘되지 않습니다. 특히 문어는 차가운 성질이므로 뱃속이 냉하고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체하기 쉬운 음식이지요. 비위장 기능이 허약하거나 위하수가 있거나 뱃속에 가스가 잘 생기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추위를 타고 손발이 차가우며 혈압이 낮은 편인 사람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아울러 알레르기성 체질도 주의해야 하는데, 특히 두드러기가 생겼던 적이 있거나 생긴 경우에는 피해야 합니다.


문어를 잘 먹는 방법
  익혀 먹거나 말려서 먹으면 차가운 성질이 완화되어 소화에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속이 냉하고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조금만 먹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나 문어에 생강식초를 넣어 요리해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기와 혈을 돕는 효능도 강화됩니다. 문어가 익어갈 때 생강즙을 조금 넣으면 비장을 건실하게 하고 입맛을 돕는 효능도 생기므로 질병을 앓은 뒤에 비위장이 허약하고 몸이 쇠약한 경우, 산후에 혈이 부족하고 어지럼증이 있는 경우에 좋습니다.
  한편, 제사 음식 중에 문어와 고사리는 함께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둘 다 차가운 성질이므로 소화가 힘들기 때문이지요. 특히 비·위장이 냉해서 소화가 잘되지 않고 대변이 묽은 사람은 둘 다 피해야 하는데, 함께 먹는다면 소화하는 데 더욱 무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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